치열한 대학입시의 문턱을 넘고, 또다시 ‘취업’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힌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춘. 먹고, 자고, 공부만 하며 대학입시에만 매달린 고3 시절이 오히려 더 행복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취업’이라는 좁은 문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고민은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화려한 대외 활동부터 시작해, 끝도 없는 공모전 수상 경력, 높은 학점과 토익 점수 등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일명 ‘스펙 인플레이션’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대학생이 ‘화려한 스펙 쌓기’에 매달리고 있는 요즘. 무분별한 스펙 쌓기 대신,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진심의 길을 걸어가려 노력하는 한 젊은 영화인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서울예대 재학생, 청년 독립영화 제작사를 차리다
“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한 영화가 아닌, 단순하게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서울예대 영상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홍충기(23세, 이하 홍 감독) 학생이 당당하게 던진 이 한마디는, 평소 감독이 가지고 있던 성공에 대한 가치관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성공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는 것.
“보통 2학년쯤 되면 큰 제작사 밑에 들어가서 일을 시작하거나, 방송국처럼 안정적인 직장 에 다니기 위해 연출학과에서 편집부로 전향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단순하게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면 자연스레 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고, 결국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아예 제작사를 따로 만들어 저희가 찍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만들기로 했어요.”
15세 대안학교 시절, 친구들끼리 동아리 개념으로 만들었던 것이 대학교 들어와서 ‘홍.씨네마’라는 제작사로 거듭나며 모험을 하기로 시작한 홍 감독. 그는 영화제 수상이 아닌, 전략적 경험을 쌓기로 합니다.
국내 최초로 ‘청년독립장편영화’, ‘청년장편뮤지컬영화’에 도전하다
‘홍.씨네마’라는 제작사를 차린 후, 홍 감독은 다른 대학생들처럼 영화제 출품만 노렸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을 해냅니다. 영화라는 장르가 자유로운 예술세계인 만큼 그동안 청년들이 보여 주었던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컸던 그는, 국내 최초로 ‘청년 독립 장편영화’인 ‘Wish the Dream’을 만들게 된 것이지요. 이어 그는 처음으로 극장을 대여해서 서울과 대전 그리고 수원에서 상영하게 됩니다. 그 후 군대에 가서도 꾸준히 영화 시나리오를 쓰며 자신의 열정을 키워나간 홍 감독은 제대 후 국내 최초 ‘청년 장편 뮤지컬영화’를 제작하며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됩니다.
‘홍.씨네마’ 10번째 영화, ‘우리들의 천국을 위하여’
몇 년 전 국내에서 크게 흥행했던 영화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며, 영화 속에서 배우들이 노래하며 감정을 전달하는 것만큼 큰 감동이 느껴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던 홍 감독. 그는 그때의 그 감동을 기억하며 ‘홍.씨네마’의 10번째 영화로 성경 속 인물 ‘요셉’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투자를 받지 않고 오로지 제작사의 힘으로만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연습은 매주 5시간 이상씩 하는데, 식사비와 교통비는 지원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선뜻 영화 제작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배우들이 많지 않았지요. 결국, 홍 감독과 지인들 몇 명은 전국에 있는 대학교를 돌아다니면서 ‘공고모집’ 포스터를 붙였지만, 대규모 프로젝트인 것에 비해 지원자수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때, 평소 홍 감독이 SNS에 올린 ‘영화제작과정’을 유심히 지켜보았던 한 예술 감독이 그에게 ‘모두의 오디션’ 대표를 소개해 주게 됩니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홍 감독은 ‘모두의 오디션’ 대표에게 자신의 프로젝트 취지를 자세히 설명했고, 마침내 마음이 움직인 대표님이 ‘모두의 오디션’ 홈페이지에 무료로 구인광고를 내주게 되면서 영화 제작에 필요한 인원들을 모두 모집하게 됩니다.
영화 제작에 필요한 인원들을 모집한 다음에 필요한 것은 제작에 곧바로 필요한 장비였습니다. 녹음실과 연습실과 촬영장비 등을 공짜로 빌려야 했기 때문에, 홍 감독은 조연출과 함께 두세 달 정도 계속 분야별 전문가와 프로듀싱 그리고 음악감독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구해야만 했지요. 다행히 장비는 학교에서 빌리고 제작팀과 함께 모은 돈으로 구매했지만, 학교에서 녹음실을 빌려야 했을 때는 제법 까다로웠습니다. 뮤지컬 영화인만큼 녹음실 안에 30명씩 들어가야 하는데, 일반 학교 녹음실의 경우 30명 이상의 대규모 인원이 녹음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쉽게 허락해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로지 꿈만 가지고 모여 매주 5시간씩 연습을 한 저희입니다. 녹음을 못 하면, 저희 영화 는 제작될 수 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던 홍 감독과 제작팀들은 끈질기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며 설득을 했고, 마침내 녹음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함께 20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홍 감독이 하고 싶은 말
“일단 찍어봐라. 죽이 되는 밥이 되든 찍어봐라. 찍어보고 나서 그 후에 가능성을 판단하는 거지.”
홍 감독은 자신이 평소에 존경하던 영화감독 ‘류승완’의 이야기를 빌어 자신과 마찬가지로 치열하게 20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제 주변에 영화를 찍고 싶다는 친구들은 많지만, 정작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한 명도 없더라고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영화 제작을 너무나 거창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류승완 영화감독님의 말씀처럼 작품이 잘 나오든 안 나오든 결국 찍어봐야 그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청춘을 잘 살아내는 것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속도의 경쟁 속에 휘말리지 말고 잠시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의 큰 그림을 그려보면 좋겠다는 20대의 젊은 영화감독.
그의 이야기가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청춘들의 마음에 큰 울림이 되었으면 합니다.
- 작성자 : 문화포털 기자단 이진영(글) / 장수영(편집)
- 출처 : 문화포털 www.culture.go.kr
- 본문 : http://www.culture.go.kr/culture/themeView.do?seq=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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